詩評·컬럼(column)

새 세상/정승연

시인 최주식 2011. 10. 12. 22:09

 

새 세상/정승연

  

아, 나는 일렁이는 새 땅에 첫발을 디뎠다.

어제부터 차가워진 맨 발을 벗고

아, 나는 상처 날 곳에 두 발을 딛고 섰다.

 

새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대의 별 테두리는 해처럼 검게 폭발해대었다.

밀려드는 우주의 열기에 온갖 불순한 것들이 증발하여

머리 위에 일곱 겹의 무지개를 이루고

하늘은 온통 빛과 불꽃으로 아롱대었다.

 

새 세상에서는 금성이 달을 대신할 거요.

옛 먼 바다가 비로 변해 내려와 대지를 굳게 식혀주고

나의 발자국을 따라올 그대는 결단코 헤매지 아니할 거요.

 

앞선 길 끝에 서 있을 나에게로

그대는 뽀얀 새 땅을 밟고 곧장 달려와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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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자살 폭탄 테러, 루브릭 이노센트> 등 정승연 시인의 작품 세계를 보면 밝고 낙천적이며 개성이 뚜렷하다. 또한 여느 시인과는 다른 문학적 표현력이 예리하여 대중의 공감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자아에 대한 성찰과 유쾌하지 않은 사회의 진실, 그리고 정직하지 않아 부끄러운 이들에게 던지는 화두가 담겨있다. <새 하늘을 올려다보자/그대의 별 테두리는 해처럼 검게 폭발해대었다./밀려드는 우주의 열기에 온갖 불순한 것들이 증발하여/머리 위에 일곱 겹의 무지개를 이루고/하늘은 온통 빛과 불꽃으로 아롱대었다.>와 같이 새 하늘은 신비한 자취로서 얼마나 넓고 아름다운가? 기다림 속 앞선 길 새 세상은 어떤 일들이 있을까?  

내일은 <앞선 길 끝에 서 있을 나에게로/그대는 뽀얀 새 땅을 밟고 곧장 달려와 주소서.>와 같은 염원처럼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가득한, 미움이 아니라 사랑스런 날이 뽀얀 새 땅에 펼쳐질까? 늘 우리 앞에 놓여있고, 늘 다가오지만 아직도 뭔지 모르는 새 세상, 내 안과 밖 그리고 나를 넘어 타인의 안과 밖에 있는 새 세상을 사랑하는 가을이 되자. (최주식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