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燈이 있는 풍경 / 문정희
이내 조등이 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어머니는 80세까지 장수를 했으니까
우는 척만 했다
오랜 병석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가 죽었다
내 엄마, 그 눈물이
그 사람이 죽었다
저녁이 되자 더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내가 배가 고파지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죽었는데
내 위장이 밥을 부르고 있었다
누군가 갖다 준 슬픈 밥을 못 이긴 척 먹고 있을 때
고향에서 친척들이 들이닥쳤다
영정 앞에 그들은 잠시 고개를 숙인 뒤
몇 십 년 만에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니, 이 사람이 막내 아닌가? 폭 늙었구려.
주저 없이 나를 구덩이 속에 처박았다
이어 더 정확한 조준으로 마지막 확인 사살을 했다
못 알아보겠어.
꼭 돌아가신 어머니인 줄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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