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시조...비브라토/김석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의 발밑으로
수없이 저어대는 물갈퀴의 움직임
점선이 모여서 긋는 밑줄이 떠받치는 힘
차선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들
꿈틀거리는 지면을 가속으로 쫙쫙 펴는
평평한 길 아래 있는 주름들의 안간힘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손가락들
소리의 맹점 찾아 이리저리 누를 때
닫혔던 물꼬를 틀며 길을 여는 강물소리
부딪쳐야 파문으로 밀려오는 그림자
짓눌려야 짓물러야 풀어지는 소리 가닥
발끝에 온힘을 모아 중심을 잡고 있다
◆당선소감 - 신춘! 봄이 한걸음씩 다가오네요
지나온 날들이 발 밑에 엎드려 길이 되네요.
낙엽처럼 떨어져 나간 하루하루가 추운 등을 감싸줍니다. 낙엽은 떨어진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었네요. 겨울의 밑둥치에서 자라고 있는 초록의 꿈을 바람이 흔들어 깨웁니다. 신춘!
봄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네요.
바위에 짓눌려 있던 시조의 씨앗을 흔들어 깨워주신 현대 문화센터 시창작반 권애숙 선생님께 큰절 올립니다. 바위 뒤에 숨어 주춤거리는 저를 앞으로 나오게 해 주신 매일신문사와 심사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비브라토로 시조의 싹을 틔워 짓눌렀던 바위까지 감싸 안는 숲을 이루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한 걸음 뒤에서 무심한 척, 버팀목이 되어준 남편께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그리고 믿음의 눈빛으로 끝까지 엄마를 응원해 준 영민아, 예슬아 꿈은 역시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 해주고 싶구나. 오늘도 열심히 창작의 길을 열어가는 문우들에게 문운이 깃드시길 바라면서, 2012년 새해에는 모두에게 희망의 물결이 밀물처럼 밀려들기를 기원 드립니다.
김석이(본명 김인숙)
1959년 부산 출생
동의공업대학 식품공업과, 방송대 초등교육과 졸업
동주대 음악과 졸업
부산문예창작아카데미, 영남여성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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