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상여소리/김정가

시인 최주식 2012. 2. 27. 22:12

 

상여소리/김정가

 

누울 사람은 더디 오고

소리는 먼저 가 자리에 앉았다


둘러선 산세는 이치에 맞고

정하지 않고 마친 삶이 서러워도

갈 길은 한길이다


앞서 걷는 임의 눈물 받아 목 축이며

시들 줄 모르는 꽃으로 시린 햇살 가려서 덮고

축원이 이끄는 대로 편히 가는 길이 살았으면 더할까


들 사람은 저만치 쉬엄쉬엄 오는데

다리 절던 소리는 벌써 와

좋은 곳 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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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이라 별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빼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될 것인가? 성공을 위해 욕망에 종속되고 얽매여 달려가다 느낄만하면 상여소리 앞세우고 떠나야 한다. 이 작품 첫 연 <누울 사람은 더디 오고/소리는 먼저 가 자리에 앉았다>를 보면 진정한 삶과 죽음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고 성찰할 수 있는 시다. 상여소리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탁해진 삶을 정화하는 하나 밖에 없는 가장 멋진 우리의 노래다. 실제 상여소리 그 느낌대로 표현하고 따라가는 시심이 가슴을 적신다. 

 

사계절의 변화는 우주의 법칙이라 거부할 수 없듯이 삶과 죽음도 막을 수 없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갈 것이다. <둘러선 산세는 이치에 맞고/정하지 않고 마친 삶이 서러워도/갈 길은 한길이다>와 같이 이 세상 다녀가는 기념으로 자신의 능력에 꼭 맞는 관에 누워 멋진 사진을 앞세우고, 저 멀리 아득한 향수같은 상여 가락을 따라 낯선 길 빙긋이 웃으며 나그네처럼 갈 것이다. 생각의 끈을 놓지 않고 시를 다른 각도로 다르게 들여다본 작품에 기대가 크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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