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人間)의 성(城)/류희정
시 분침
초침 따라 돌고
시침 한 바퀴에
밤 낮 뒤집으며
바닷물 밀고 쓸어
달 바뀌어 춘하추동
나이가 든다.
초침에 가누어진 시공(時空)
초침도 해도 그 자리인데
공간에 시간을 쪼개
도(度)를 더하려
속도 타고 시 다투며
삶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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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꽃샘바람 아래 서 있는 나무들을 바라본다. 지난 겨울 동안의 고독과 허무를 비워내어 새 잎 돋고 뿌리 내리려 한다. <바닷물 밀고 쓸어/달 바뀌어 춘하추동/나이가 든다.>와 같이 사람만의 성을 쌓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향기와 색깔을 위하여 집착도 옛 생각도 다 비우고 자신마저 초월하려 한다. 지난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자신의 신념과 사람에 대한 믿음을 사랑한다는 것으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시는 가장 넉넉하고 행복한 마음의 쉼터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오래도록 맑고 깊어지고 싶은 삶의 진국이 묻어난다. <초침에 가누어진 시공(時空)/초침도 해도 그 자리인데/공간에 시간을 쪼개/도(度)를 더하려>에서는 인간과 시간에 대한 이원적 가치의 대답이 오묘하고 신비하다. 우리는 사랑으로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인간 관계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논리적 모순에 의해 상처를 주고 받으며 성(城)을 쌓아간다. 모두 인간만의 성에서 빠져나와 이웃을 위해 먼저 인사를 나누자. 그리움과 연민으로 남을 내 인생을 위해서라도.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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