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속의 자유/윤섭
죽음과 자유의 초침 공간속에
나는 벌거벗은 채 홀로 서 있다
머리를 높이 들어 하늘을 본다.
고통에 신음하는 눈으로 태양 조각이
떨어져 나의 눈을 가져간다.
양 팔을 벌려 태양을 보며 돌고 돈다.
쉼 없이 돌고 돌아 원을 그리며
나의 자유를 가둔다, 아픈 자유를
감싼다.
벌거벗은 나의 몸에 태양 조각이
떨어져 박혀도 시계 속에
초침은 자유를 향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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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섭 시인이 첫 연에서 <죽음과 자유의 초침 공간속에/나는 벌거벗은 채 홀로 서 있다>라고 밝혔듯이 하늘을 보면 시간이 만들어 낸 3월의 자유가 가득합니다. 매화를 시작으로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고 새싹이 돋아나겠지요. 돌고 도는 시간의 자유 속에서 이 땅을 왔다간 무수한 존재들은 부활하겠지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흘러가는 물을 봐도 자유가 생각나네요. 앙상한 가지에 부는 바람도, 새가 깃들고 햇살이 포개지는 것도 자유가 만든 작품이지요. 어렵고 어려운 삶의 심연에는 시간이 있고, 그 시간에는 어김없이 자유가 자리잡고 있지요.
사람은 좋든 싫든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하지요. 그래서 윤섭 시인은 <쉼 없이 돌고 돌아 원을 그리며/나의 자유를 가둔다, 아픈 자유를/감싼다.>라고 말하지요. 이 세상에 우리를 완벽하게 채울 수 있는 완전무결한 자유가 있을까요? 뭔가 허전하고 모자란듯 하면서도 따뜻한 체온을 느끼는 지극히 인간적인 자유가 있지요. 자유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꿈을 꾸며, 그 꿈을 이루는데 큰 힘이 되지요. 시계속의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고귀하고 건강한 내 안의 자유를 찾아야 하겠지요.(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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