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겨울 서정/곽민곤

시인 최주식 2012. 2. 9. 21:17

겨울 서정/곽민곤

겨울 눈이 서리던 날
소담스런 눈송이가
천상에서 내려 앉아
하염없이 대지를 어루만진다.

시린 추위로 메말랐던
퍼석한 도시의 갈증
하얀 송이로 목을 축이니
시나브로 이어지는 대지의 꿈은
은혜로운 축복인양 경건하다.

탐욕과 위선의 한파 속에
날개 없이 추락하던 도시의 희망
하얀 세상 새삼 반기며
아득했던 체념의 늪에서
다시 비상하는 꿈을 꾼다,

차가운 대지를 압도하는
백설의 여운처럼
회색 빛 도심의 겨울
정겨운 희망으로 피어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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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무엇이기에 우리를 감동시키는가? 그것은 실제 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는 사실적 표현을 통해 정감을 받고, 기분이 명랑해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지성의 관점에서 보는 인간의 심미적 표상(表象) 즉 현실에서 알고 싶다고 생각되는 공상적 감정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곽민곤 시인의 <겨울 서정>은 <시나브로 이어지는 대지의 꿈은/은혜로운 축복인양 경건하다.>와 같이 시심이 청명하다. 대지를 어루만지는 눈은 축복인 양 우리의 가슴과 영혼에다 노래를 부르며 위로한다. 이 시를 읽으면 가슴에도 머리에도 만물을 일신(一新)하는 사색의 눈이 내린다.

 

쌓인 눈을 보면 세속의 일에서 벗어나 마음이 차분하고 새로워진다. 차가운 대지를 압도하는 백설위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세상의 걱정거리로부터 멀어진다. 아마도 눈에게는 속사(俗事)로부터 사람의 마음을 갈라놓으려는 신비한 힘이 있나보다. 회색 빛 도심에 내리는 눈송이들은 강렬한 흥미의 대상이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능히 한권의 시집을 엮을 수 있는 시심이 떠오를 것이다. 자연계를 방황하는 영혼들 모두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거룩한 환희처럼 정겨운 희망으로 피어났으면 좋겠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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