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꽃 울타리/윤석중

시인 최주식 2012. 3. 23. 22:44

꽃 울타리

 

앞집과 뒷집 새에
꽃 울타리

앞집 애가 노래하네.
"꽃들아 꽃들아
이쪽 보고 피거라."

뒷집 애가 노래하네.
"꽃들아 꽃들아
이쪽 보고 피거라."

양쪽 집에서 다 잘 보이라고
하늘을 쳐다보고 피었다네.

앞집과 뒷집 새에
꽃 울타리

―윤석중(1911~2003)

어른들은 어린 시절 누구나 윤석중의 동시를 읽고 동요를 부르며 자랐을 것이다. 동심을 바탕으로 쓰인 그의 동시와 동요는 지금도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노래로 불리고 있다. 동시 '꽃 울타리'에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뜻이 들어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너와 나를 가르는 많은 울타리를 만들며 살아간다. 울타리도 모자라서 이 시에서처럼 울타리에 핀 꽃을 보고 "이쪽 보고 피거라" 하고 서로 티격태격 다툰다.

그러나 꽃은 사람보다 더 지혜롭다. 양쪽 집에서 다 잘 보이라고 하늘을 쳐다보고 핀다. 이런 꽃 덕분에 울타리는 앞집과 뒷집 사이 꽃 울타리가 되었다. 아마 그 꽃 울타리로는 꽃향기도 넘나들고 부침개 접시도 넘나들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처럼 내남없이 지내는 꽃 울타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슴으로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비/김사인  (0) 2012.03.23
송아지/강소천  (0) 2012.03.23
초록 기쁨 ―봄 숲에서/정현종  (0) 2012.03.23
그 문전(門前)/김상옥  (0) 2012.03.23
가정식 백반/윤제림  (0) 201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