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이성복(1952~ )
꽃나무에 꽃이 필 때, 그것도 '처음' 꽃이 필 때 무엇이 왔다고 말하는가. 오랜 기도의 응답이라고 해도 되리라. 그 꽃이 질 때, 신(神)은 처음으로 뒷모습을 조금 보이시리라. 흰 종이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남은 얼룩, 어느 느낌이 다녀간 비틀린 얼룩, 우리 모두의 자서전이 그러하리라.
'가슴으로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이꽃/이병기 (0) | 2012.03.29 |
---|---|
관악산 꽃 무더기 (冠峀花層·관수화층)/신경준 (0) | 2012.03.26 |
아침 항구에서/문태준 (0) | 2012.03.23 |
서울·1/서벌 (0) | 2012.03.23 |
素饌(소찬)/박목월 (0) | 2012.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