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첫 장 / 권여원
매화나무 아래 서면
허공에 불이 켜진다
겨우내 하늘을 마시며 자란 꽃잎들
가볍고 여린 실핏줄로 터지고 있다
살점을 떼어내듯 분홍빛 지문들이 떨어지는
언덕 위의 붉은 잔
나무는 피를 흘려도 아프다 소리치지 않는다
산자의 어깨에 내리는 저 핏방울
창공에 붉은 물결 넘치는 동안
바람은 꽃망울을 넘어가기 위해 가벼워진다
차디찬 땅끝,
언약을 바라본 이들에게 온기가 돈다
꽃잎의 살점은 우리의 허물을 갚아주신
은총의 무게
내 몸 어딘가 당신을 향한
연분홍 촉수가 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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