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우流星雨 / 박제영
1
1929년 스물 아홉의 이장희가 죽었다.
1935년 서른 둘의 김소월이 죽었다.
1937년 스물 일곱의 이상이 죽었다.
1938년 서른 넷의 박용철이 죽었다.
1945년 스물 여덟의 윤동주가 죽었다.
1945년 스물 아홉의 김종한이 죽었다.
1956년 서른의 박인환이 죽었다.
1968년 마흔 일곱의 김수영이 죽었다.
1969년 서른 아홉의 신동엽이 죽었다.
1988년 마흔 둘의 박정만이 죽었다.
1989년 스물 아홉의 기형도가 죽었다.
1991년 마흔 셋의 고정희가 죽었다.
1992년 서른 아홉의 이연주가 죽었다.
1993년 서른 넷의 진이정이 죽었다.
1994년 마흔 여덟의 김남주가 죽었다.
2005년 스물 여섯의 신기섭이 죽었다.
모두 죽었다.
2
아니다, 단지
사라졌다 저 광할한 우주 속으로*
아니다, 영원히
살아있다 저 광활한 우주 속에서, 별이 되고 유성이 되고
3
시인은, 수억 년 죽어서도 빛으로 남을 것이니
지상에 잠시 유배되었던 별이었으니
서른 아홉의 내가 죽는들 어떠하리 마흔의 내가 죽는들 어떠하리
당신 먹먹한 가슴에 서른 아홉개의 유성우로 내릴 수만 있다면
마침내 소멸이라도 좋으리
* 박정만의 시, <종시(終詩)> 인용
- 『뜻밖에』(애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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