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멍키의 힘 / 이해원

시인 최주식 2012. 3. 26. 22:49

멍키의 힘 / 이해원
  
서부밧데리가게 강씨
멍키로 단숨에 숨통을 죄고 트럭의 목을 꺾는다
몇 번 헛발질을 하던 트럭은
네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순간, 오줌까지 지린다
 
강씨의 뒷주머니에 찰싹 붙어 먹이를 노리는 멍키
제네레타 쎄루모타 라지에타
‘타’ 자만 들어도 식욕이 돈다
 
차 밑에 거꾸로 매달려
온기가 남은 뱃가죽부터 뜯기 시작하자
트럭은 맹수의 습성을 풀어 놓는다
맹렬한 속도로 허기를 돌리던 엔진도
엔진의 속도로 내달리던 난폭한 네 개의 바퀴도
차가운 쇠 이빨에 물리면 맥을 못춘다
 
기름밥으로 뼈가 자란 강씨
소리만 듣고도 깊이 숨은 멍자국을 끄집어낸다
 
트럭이 흘린 검은 피 위로
지루한 오후가 파리 떼처럼 달려들고
폐품 줍는 노인이 흘끔거리며 지나간다
 
작은 체구에 숨은 멍키의 힘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악어처럼
빙글빙글 너트를 조인다

 

<문학청춘> 201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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