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종교와 효(孝)/컬럼

시인 최주식 2012. 5. 1. 00:16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종교와 효(孝)/최주식

 

올 봄 날씨는 유난히 변덕스럽고 심술궂다. 꽃망울도 나무가지 새 움도 생태계의 리듬이 깨져 상처를 입었을듯 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5일은 어린이 날, 5월 8일은 어버이 날, 5월 15일은 스승의 날,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그 중에서도 어버이 날을 맞아 효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물질만능의 현대인들에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심성이 황폐화되는 현상이 아닐까 한다. 우주 질서가 깨지고 세상이 변해도 결코 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자 우리 전통문화의 핵심인 효 사상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훈김이 도는 따뜻한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효 사상이 점점 더 등한시되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고령화, 핵가족화되면서 어르신 섬기기를 꺼리는 가정 교육을 비롯하여 기성 세대들 또한 어르신 공경의 본보기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사회 교육이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인들이 먼저 예절과 윤리의 바탕이 되는 효 실천에 앞장섰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렇다면 사랑과 자비의 실천으로 인간과 밀접한 관계인 종교에서는 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물론 효를 이야기하면 기독교인이나 불교인 또는 어느 종교인이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 정신은 갈수록 메말라 사라져가고 있다. 효(孝)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부모를 섬기는 도리" "부모에 대한 자식의 정성"이라 한다. 불교의 효 사상은 범망경에 나오는 '지극한 효심이야말로 대자대비 보살의 정신'이라는 내용이 있으며, 여러 경전과 조사어록에 효 사상에 대한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중아함경에서는 "만일 효를 행하지 않고, 진실하지 않으며, 복을 짓지 않고 죄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는 이 인연으로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나게 된다." 고 했다. 또한 부모은중경에서는 "자식에게 아버지는 사랑하여 길러주는 은혜가 있고, 어머니는 근심 걱정하는 은혜가 있다. 아버지가 없다면 태어날 수 없고, 어머니가 없다면 성장할 수 없다." 고 했다.

기독교를 살펴보면 제사를 지내지 않아 효를 경시할거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성경을 보면 얼마나 효를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에베소서 6:2-3) "너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지니라"(잠 23:22). 또한 "아비를 조롱하며 어미 순종하기를 싫어하는 자의 눈은 골짜기의 까마귀에게 쪼이고 독수리 새끼에게 먹히리라"(잠 30:17) 하였다. 이는 곧 부모에게 불효하면 무서운 심판이 임할 것을 경고하는 것으로서 효도는 기독교인의 기본적인 신앙이라 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가장 큰 사랑은 효다. 효는 생명있는 모든 것들의 질서로서 마음에 심어진 효는 늘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계속해서 이어진다. 가족이 고귀함은 따뜻한 효 사상이 깃들어 있기 대문이다. 따라서 효는 대를 이은 순환의 법칙과도 같아 모든 종교는 효를 으뜸으로 여긴다. 요즘처럼 윤리 도덕이 타락한 사회에서 종교인들이 효사상을 실천하는데 길잡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