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박재삼
한빛 황토(黃土)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萬)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 자는 조약돌을
날 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쳐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박재삼(1933~1997)
볕이 한층 밝아지고 있다. 봄볕에 더 말갛게 찰랑거리는 여울께를 가거든 그 중 글썽이는 조약돌을 하나쯤 집어야겠다. 그래서 내 사랑에게 보내는 귀엣말처럼 볼에도 대어보고, 가만히 눈물도 적셔 주리라. 올봄에는 그렇게 부신 한때를 기어이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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