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신문칼럼)

자원봉사로 행복하기 / 최주식

시인 최주식 2012. 5. 18. 21:51

자원봉사로 행복하기 / 최주식


저 멀리 신록에서 녹음으로 짙어가는 아차산을 바라보니 침묵이 가득하다. 모란 꽃잎은 지는데 담장에 핀 장미꽃은 산뜻한 어느 일요일, 서울 시내 도로변에 위치한 제법 큰 노인복지관에 갔다. 입구에는 벌써 반가운 얼굴들이 모여 있고, 나를 보자 정답게 미소 지으며 맞이한다. 내가 진정으로 존경하는 소중한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들은 20대에서 60대까지의 나이로 다양한 개인 이력을 지니고 있으며 사회적 지위와 덕망이 높으신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평범한 우리 이웃이어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가족과 함께 꽃놀이 가거나 편히 쉬어야 할 좋은 날에 봉사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면 이 세상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도 오래전부터 자원봉사와 인연이 되어 발을 들여 놓았는데 나름대로 경험이 쌓이다보니 역할도 제법 많아지고 일이 늘어나 바쁘지만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꼭 참석한다. 나는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관계로 형편에 맞게 일요일을 택해 활동 하고 있다. 흔히들 자원봉사는 아무나 할 수 있어 쉽다고 생각하지만 쉬운 일이기에 어렵기도 하다. 나는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없고 물질적 능력도 부족하여 식당 배식보조나 주변 청소, 운반, 안내 같은 단순 노력 봉사를 주로 한다. 그러다보니 몸은 고되지만 다른 분들의 따뜻하고 진정한 배려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너무나 보잘 것 없어 늘 미안함 뿐이다. 지난 달에는 밥을 푸고, 지난 주에는 설거지를 하고, 오늘은 열심히 청소를 하고 식탁을 닦았다. 쉽지만 어렵기도 하고 어렵지만 쉽기도 한 자원봉사에서 더러는 그릇을 닦고 청소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내게는 소중하기에 늘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필요한 유의 사항이 있다. 먼저 자발적이어야 한다. 남의 강요나 의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개인의 선택으로 자신의 결정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책임감을 가지고 내 일처럼 할 수 있다. 약속 시간을 지키고 만약 사정에 의해서 갈 수 없다면 활동 기관이나 단체에 미리 연락을 하여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신의 삶에 활기와 웃음을 줄 수 있는 자원봉사를 하려면 능력에 맞는 범위 안에서 봉사를 해야 한다. 자원봉사는 자신이나 가족의 직접적인 이익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다수의 공익을 위한 활동이다. 따라서 무리한 계획으로 가족에게 소홀하거나 학교, 직장생활에 지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의욕이 앞서 적성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하다가는 자칫 자원봉사의 동력을 잃어 일회성 활동에 그칠 우려가 있다. 세번째로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자원봉사는 평소 체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사회활동이다. 따라서, 처음 시작할 때는 자원봉사자와 봉사 단체를 파트너십으로 연결해 주는 조직화된 단체나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짜여진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 들어서 각종 단체나 개인을 중심으로 자원봉사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도 예전의 불우 이웃돕기 같은 동정적 베풂의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사랑나눔이라 할 수 있다. 자원봉사야 말로 내가 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는 능력을 이웃과 함께 나눔으로써 건강한 가정,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보람있는 일이다. 가진 것이 정신적인 것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가능하다. 어떤이들은 자원봉사자가 특별할거라 여기는데 내 주변 봉사자들은 하나같이 그저 보통의 우리 이웃들이다. 다만 삶을 사랑으로 담아내는 열정이 남 다를 뿐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이웃을 떠난 너와 나를 생각해 볼 수 없다. 우리라는 자체가 사람과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나눔의 문화를 실천해 가는 봉사야말로 세상을 환히 밝히는 찬란한 빛이다. 쓰잘때기 없이 남의 흉이나 보며 귀중한 시간이나 축내는 사람들이여! 자원봉사로서 이웃과 함께 나누는 맑고 향기로운 사랑의 꽃을 피워보라. 신문을 보거나 방송을 듣기가 두려울 정도로 살인과 뇌물, 폭력이 난무하는 삭막한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여! 우리가 진정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알고 싶거든 자원 봉사를 해보라! 그래서 삶의 근본이 무엇인지 정답을 찾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