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시인/최승자

시인 최주식 2012. 5. 31. 23:04

시인/최승자

 

시인은 여전히 컹컹거린다.
그는 시간의 가시뼈를 잘못 삼켰다.

실은 존재하지도 않는 시간의 뼈를
그러나 시인은 삼켰고
그리고 잘못 삼켰다.

이 피곤한 컹컹거림을 멈추게 해다오.
이 대열에서 벗어나게 해다오.

내 심장에서 고요히,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있는 것을
나는 누워
비디오로 보고 싶다.

그리고 폐광처럼 깊은 잠을
꾸고 싶다.

―최승자(1952~  )


지나간 시간 중에서 중요한 것을 골라 기록한 것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오래도록 썩지 않는 시간의 뼈인 셈이다. 개인의 그것은 타인에게 열람이 허락되지 않는 사적(私的) 기억일 테고 모두의 그것은 미래를 비추는, 광장에 걸린 거울이다. 역사가는 시간과 사건을 삼키고 시인은 사랑을 삼킨다. 사랑을 삼켜 노래해야 할 시인이 역사를 삼켜야만 하는 시대가 있었다. 역사를 삼켰더니 컹컹거리는 개 짖는 소리가 난다. 어떠한 역사인가? 소화되지 않고 뱉어낼 수도 없는 질식의 시대가 있었다. 차라리 모든 것을 내준 폐광(廢鑛)이고 싶다는 사랑의 눈금은 얼마나 빛나는가.

시인의 자리를 이토록 치열하게 보여준 시를 나는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시인을 술 마시고 한가하게 노는 사람으로 여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