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김영남
아이들이 울고 있다
난 그 아이들을 달랜다
빨갛게 울고 있는 것들을
아니 노랗게 우는 것들을
그러나 내 노력 효험 없어
꽃밭 더 시끄러워지고
자전거 세우고 소녀 한 명이 내린다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더니
튤립 한 송이 꺾는다
아이들 울음이 뚝 그친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애증은
저 꽃밭에서부터 출발한 것이고
내 사춘긴 그 소녀 자전거에서 내린 것
소녀가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아이들도 다시 울기 시작한다
―김영남(1957~ )
어느 날 그 곁으로 한 소녀가 왔다. 그뿐이다. 그러나 존재 전체를 다해 울던 울음도 그칠 만한 순간이다. 딱 하나만 꺾어 들고 소녀는 갔다. 그뿐이다. 수많은 애욕(愛慾)이 다시 울기 시작한다. 우리는 끝내 찬란히 달랠 수밖에는 없다. 도(道)를 닦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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