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튤립/김영남

시인 최주식 2012. 5. 31. 23:17

튤립/김영남

 

아이들이 울고 있다

난 그 아이들을 달랜다
빨갛게 울고 있는 것들을
아니 노랗게 우는 것들을
그러나 내 노력 효험 없어
꽃밭 더 시끄러워지고

자전거 세우고 소녀 한 명이 내린다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더니
튤립 한 송이 꺾는다
아이들 울음이 뚝 그친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애증은
저 꽃밭에서부터 출발한 것이고
내 사춘긴 그 소녀 자전거에서 내린 것

소녀가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아이들도 다시 울기 시작한다

―김영남(1957~  )

제 가진 붉음 다해 핀 튤립, 제 가진 노랑 다해 핀 튤립, '울금화(鬱金花)'라고도 하던가. 감정이 기진하면 울음이 되던가. 가슴이 벅차도 울음이 되던가. 존재 전부가 울음인 아름다운 꽃들, 우리는 한때 그러한 꽃이었던 것이다. 꽃밭 같은 마음, 꽃밭 같은 몸뚱어리, 그것을 달래지 않고서야 세상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을 달래는 일이 일생의 과제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그 곁으로 한 소녀가 왔다. 그뿐이다. 그러나 존재 전체를 다해 울던 울음도 그칠 만한 순간이다. 딱 하나만 꺾어 들고 소녀는 갔다. 그뿐이다. 수많은 애욕(愛慾)이 다시 울기 시작한다. 우리는 끝내 찬란히 달랠 수밖에는 없다. 도(道)를 닦는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