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爲人性僻耽佳句(위인성벽탐가구)
내 사람됨이 편벽하여 좋은 글귀 탐내기를
語不驚人死不休(어불경인사불휴)
놀랠 시를 못 지으면 죽어도 그치지 않으리라
老去詩篇渾漫與(노거시편혼만여)
늘그막에 시편을 함부로 엮어가고 있으니
春來花鳥莫深愁(춘래화조막심수)
봄이 되어 꽃과 새를 봐도 깊이 생각지 않는구나
新添水檻供垂釣(신첨수함공수조)
물가에 난간을 새로 붙여 낚시 내리우고
故著浮?替入舟(고착부사체입주)
일부러 뗏목을 띄워 배 삼아 타고 지내며
焉得思如陶謝手(언득사여도사수)
어찌하면 도연명과 사영훈의 솜씨를 얻은
令渠述作與同遊(영거술작여동유)
그대와 함께 시를 짓고 노닐 수 있으랴
이 시의 한 줄 “어불경인사불휴”에는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을 오래 흔드는 결기가 맺혀 있다. 안 그래도 삶은 시름겨운데 작시의 어려움이 시름을 더한다. 시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못하면 죽어서도 멈출 수 없다고 하니 그는 결코 말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이 저 ‘놀람’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인생애환에 깊이 몸을 빠뜨린 시가 제 시름을 등에 업고 일어설 때는, 어김없이 어떤 놀람의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나 ‘솟아난 말’이 있다. 시름 가운데서 경이를 찾는 것이 시인의 일 같다. 그는 솟아난 모르는 말을 아는 말에 버무리고 벼리고 빚어 시라고 하는 이상한 글을 짓는다. 도대체 실제적 효용이 들어 있기는 한 건가 의심받는 노동에 종사하는 시인은, 자신이 놀고먹는 인간일까 봐 늘 두려워한다. 진이정은 어디선가 “시인이여,/ 토씨 하나/ 찾아 천지를 돈다”고 썼다. 아마 놀고먹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고,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던 것 같다. <이영광·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