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개소리/염승철

시인 최주식 2012. 6. 28. 13:00

개소리/염승철

 

더 이상은
못해먹겠다
잃을 게 없다
이판사판이다

 

용기를 가져 희망을 가져
나아간 길에 고즈넉한 무덤만이
쓸쓸히 굽어보다

 

괜찮아 할 수 있어
돌아본 길에 어지러운 발자국
풍성하니 안녕하다

 

시커먼 밤하늘에
샛별 하나 반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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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으면 내면의 깊이를 가늠하고자 하는 고뇌에 온몸을 몇 대 맞은 느낌이 든다. 아직은 앳띤 신세대 시인만이 간직한 씩씩함이 좋다. 시는 물론 음악에까지 능력이 뛰어난 염승철 시인의 작품 <개소리>가 개판인 것들에 대한 경고같아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치열하고 고단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으려면 때로는 이판사판이 통할 때도 있을 것이다. <괜찮아 할 수 있어/돌아본 길에 어지러운 발자국/풍성하니 안녕하다>와 같이 용기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사회에 진입하려면 배경이 있어야 하고 일류대에 경제력, 다양한 스펙이 있어야 하니 어찌  좋은 소리가 나오랴.

 

세상사 분명히 잘못된 거 같은데 정황만 있고 증거가 없으니 비판하고 문제 삼기 어렵고, 하늘을 향해 토해내는,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개소리가 나온다. 현실을 이성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모순과 부조리가 포착되는 법,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보다는 자기만의 철학이 가득한 블루오션을 터득한다면 건강하고 따뜻한 웃음이 나오리라. 자의식의 분출로 긍정과 부정을 오가며 시의 심연을 파고드는 작품에 박수를 보낸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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