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하청호
엄마 심부름으로 시장에 갔다
기특하다고
콩나물 한 줌 덤으로 받고
감자도 한 개 덤으로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소낙비가 내렸다
잠시 후, 하늘은
내게 착하다며
푸른 가슴을 열고
오색 무지개를 덤으로 보여 주었다
―하청호(1943~ )
- /유재일
그러나 심부름에는 때로 덤으로 얻는 보람과 기쁨도 있었다. 시장 가게에 물건 심부름을 가면 기특하다고 덤으로 콩나물이나 감자를 더 얹어주었다. 가끔 사탕도 손에 쥐여주었다. 돌아오는 길에 어른들이 "오, 고 녀석 참 기특하구나"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칭찬도 덤으로 들을 수 있었다. 어느 땐 이 동시처럼 소낙비 끝에 무지개를 보는 뜻밖의 즐거움을 덤으로 누리기도 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심부름과 같을 터이다. 하기 싫은 일, 내키지 않는 일도 하다 보면 덤으로 얻어지는 게 있다. 그것이 물질이든, 마음의 기쁨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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