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노래 - 김충규
밤새 저승의 물살이 흘러와 스민 듯
잔뜩 어두운 강의 수면 위로 햇빛들이
톡, 톧, 소리를 내며 떨어져내린다
내 속의 저승이 울렁거린다
크렁크렁 짐승의 울음을 우는 강
저 수면 위를 맨발로 사뿐사뿐 건널 수 있다면
비록 저 강물이 저승으로 급격하게 흽쓸려가
크나큰 폭포를 이룬다 해도
나 두려워하지 않으련다
강가 돌밭에 거칠게 피어나 향기의 관음을
강에 보시하고 있는 꽃들의 수고로움
익히 안다는 듯 강은 꽃의 발등만 젖을 수 있도록
물살을 밖으로 밀어냈다 거뒀다 반복하고 있다
무수히 쏟아져 강의 어둠을 표백하는 햇빛들,
그 햇빛들을 제 속으로 아득하게 끌어들여
물고기들의 길을 밝혀주는 강,
고요의 수초가 소리없이 꽃을 피우는
그 밑바닥에 내 누울 자리 하나 마련하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물살의 애무를 받으며
강을 대신하여 노래를 부르고 싶다
사방의 미물이 감응하는 노래를
가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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