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물의 노래 - 김충규

시인 최주식 2012. 7. 19. 21:54

 

물의 노래 - 김충규

 

밤새 저승의 물살이 흘러와 스민 듯

잔뜩 어두운 강의 수면 위로 햇빛들이

톡, 톧, 소리를 내며 떨어져내린다

내 속의 저승이 울렁거린다

크렁크렁 짐승의 울음을 우는 강

 

저 수면 위를 맨발로 사뿐사뿐 건널 수 있다면

비록 저 강물이 저승으로 급격하게 흽쓸려가

크나큰 폭포를 이룬다 해도

나 두려워하지 않으련다

강가 돌밭에 거칠게 피어나 향기의 관음을

강에 보시하고 있는 꽃들의 수고로움

익히 안다는 듯 강은 꽃의 발등만 젖을 수 있도록

물살을 밖으로 밀어냈다 거뒀다 반복하고 있다

 

무수히 쏟아져 강의 어둠을 표백하는 햇빛들,

그 햇빛들을 제 속으로 아득하게 끌어들여

물고기들의 길을 밝혀주는 강,

고요의 수초가 소리없이 꽃을 피우는

그 밑바닥에 내 누울 자리 하나 마련하고 싶다고

중얼거린다 물살의 애무를 받으며

강을 대신하여 노래를 부르고 싶다

사방의 미물이 감응하는 노래를

가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의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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