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돌에 물을 준다 /이선자

시인 최주식 2012. 8. 9. 23:29

돌에 물을 준다/이선자 

 

돌에 물을 준다
멈춘 것도 같고 늙어 가는 것도 같은
이 조용한 목마름에 물을 준다
이끼 품은 흙 한 덩이 옆으로 옮겨 온
너를 볼 때마다
너를 발견했던 물새우 투명한 그 강가의
밤이슬을 생각하며 내거 먼저 목말라
너에게 물을 준다

나를 건드리고 지나는 것들을 향해 손을 내밀 수도 없었고
뒤돌아 볼수도 없었다 나는 무거웠고 바람은 또 쉽게 지나갔다
움직일 수 없는 내게 바람은 어둠과 빛을 끌어다 주었다
때로 등을 태워 검어지기도 했고 목이 말라 창백해지기도 했다
아무하고도 말을 할수 없을때, 긴꼬챙이 같이 가슴을 뚫고 오는
빗줄기로 먹고살았다 아픔도,
더더구나 외로움 같은 건 나를 지나는
사람들 이야기로만 쓰여졌다 나는 몸을 문질렀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숨소리도 없이 몸을 문질렀다
내 몸에 무늬가 생겼다
으깨진 시간의 무늬 사이로 숨이 나왔다

강가 밤이슬 사라지고
소리 없이 웅크린 기억들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너의 긴 길이 내 몸 속으로 들어 왔다
멈출 수도, 늙어갈 줄도 모르는
돌 속의 길이
나에게 물을 준다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단한 뼈/이영옥  (0) 2012.08.09
항아리 /최재영   (0) 2012.08.09
물의 노래 - 김충규  (0) 2012.07.19
주목나무에 주목하다 - 박정원  (0) 2012.07.19
돛-유배시편2 / 정 숙  (0) 2012.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