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단단한 뼈/이영옥

시인 최주식 2012. 8. 9. 23:35

단단한 뼈/이영옥

 

실종된 지 일년 만에 그는 발견되었다 죽음을 떠난
흰 뼈들은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무슨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독극물이 들어 있던 빈 병에
는 바람이 울었다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온 경찰차
가 사내의 유골을 에워싸고 마지막 울음과 비틀어
진 웃음을 분리하지 않고 수거했다 비닐봉투 속에
들어간 증거들은 무뇌아처럼 웃었다 접근금지를 알
리는 노란 테이프 안에는 그의 단단한 뼈들이 힘센
자석처럼 오물거리는 벌레들을 잔뜩 붙여놓고 굳게
침묵하고 있었다

'♣ 詩그리고詩 > 1,000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거지역/정경미  (0) 2012.08.09
흔한 풍경 / 김미령   (0) 2012.08.09
항아리 /최재영   (0) 2012.08.09
돌에 물을 준다 /이선자  (0) 2012.08.09
물의 노래 - 김충규  (0) 2012.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