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낙타/손동연

시인 최주식 2012. 8. 10. 22:23

낙타

저런,
등에
혹이
두 개씩이나?

사막을 터벅터벅
무겁겠다 얘

아니야,
이건
내 도시락인걸!

타박타박 사막이
즐겁단다 얘

―손동연(1955~ )

어린 시절 그림책에서 처음 본 사막은 신기했다. 모래바람이나 신기루도 신기했지만 어린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등에 혹이 달린 낙타였다. 불룩 솟은 혹에 제 몸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뜨거운 모래사막을 물도 마시지 않은 채 걸어가는 낙타는 참 경이로웠다.

이 동시를 읽으면 "사막이 즐겁단다 얘" 하며 발로 타박타박 박자를 맞춰 즐겁게 걸어가는 낙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혹 두 개를 도시락처럼 메고 소풍을 가듯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의 여유로운 콧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또한 모래바람도 사막이 부는 휘파람쯤으로 여기며 의연하게 걸어가는 낙타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낙타가 사막을 견디는 힘은 고통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이런 '긍정의 힘'에 있지 않을까. 우리도 낙타처럼 등에 짊어진 혹을 도시락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는 일이 즐거워질 것이다. 신나는 소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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