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파도/황베드로

시인 최주식 2012. 8. 10. 22:32

파도

바닷가 모래톱에
동시 하나 써 놓고

돌아앉아
손 우물 파다 보니

파도가 다 외웠다고
하얗게 지워버렸네

가방에 꽉 찬 방학 숙제
파도에게 갖다 주고

우리는 놀까?
갈매기처럼

―황베드로(1940~  )

이 동시를 읽으니 프랑스 시인 장 콕토의 시 '귀'처럼 문득 내 귀는 소라껍데기가 되어 바닷소리가 그리워진다. 이 동시처럼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바다를 찾아가 하얀 모래톱에 시를 쓸 것이다. 그러면 파도는 밀려와 시를 외우고 흥얼거리며 아이들 발을 파래처럼 파랗게 적셔 주리라. 방학 숙제는 파도에게 갖다 주고 갈매기처럼 노는 아이들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랴.

이번 여름엔 나도 아이들과 함께 바다에 가고 싶다. 아이들이랑 모래성도 쌓고 조개껍데기도 줍고 파도타기도 하고 싶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몸을 실으면 파도는 커다란 아코디언이 되어 바다의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갈매기랑 함께 파도의 왈츠를 추리라.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우리가 부르는 노래와 빨간 불꽃이 하늘로 올라가 불꽃놀이처럼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게 하리라. 초원의 얼룩말처럼 그 등에 올라타 달리고 싶은 여름 파도는 생각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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