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언제 피는가
사랑하는 이의 무늬와 꿈이
물방울 속에 갇혀 있다가
이승의 유리문을 밀고 나오는,
그 천기의 순간,
이순의 나이에 비로소
꽃피는 순간을 목도하였다
판독하지 못한 담론과 사람들
틈새에 끼어 있는,
하늘이 조금 열린
새벽 3시와 4시 사이
무심코 하늘이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김종해(1941~ )
- /유재일
꽃이란 이름으로 오는 것, 그것의 전신(前身)이 사랑이었으리라는 깨달음, 그것도 허드레 사랑이 아니라 '물방울에 갇혔던 사랑'이었으리라는 발견은 그러나 아무에게나, 아무 때나 오지 않으리라. 꽃 '피어난다'고 한 까닭이 그것이리라. 귀가 순해지는 나이가 발견한 섬세한 개화(開花)의 해석에 가슴을 맡겨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