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옥상의 가을/이상국

시인 최주식 2012. 8. 11. 22:23

옥상의 가을/이상국

 

 

옥상에 올라가

메밀 베갯속을 널었다

나의 잠들이 좋아라 하고

햇빛 속으로 달아난다

우리나라 붉은 메밀대궁에는

흙의 피가 묻어있다

지구도 흙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가을이 더 잘 보이고

나는 늘 높은 데가 좋다

어쨌든 세상의 모든 옥상은

아이들처럼 거미처럼 몰래

혼자서 놀기 좋은 곳이다

이런 걸 누가 알기나 하는지

어머니 같았으면 벌써 달밤에

깨를 터는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