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달맞이꽃/김용택

시인 최주식 2012. 9. 10. 22:10

달맞이꽃

언니, 안 갔지?
안 갔어.

언니, 아직 거기 있지?

언니, 지금도 달 떠 있어?

언니,

시방도 거기 있지?
안 갈게 걱정 마. 빨리 응가나 해
알았어.

우리 언니
달맞이꽃

―김용택(1948~ )


/유재일
이 동시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어른들에겐 아련한 추억의 풍경이다. 시골 농촌은 변소가 마당 한쪽에 있었다. 그래서 밤에 오줌이나 변이 마려우면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혼자 변소에 가기엔 너무 무섭고 겁이 났다. 엄마를 깨울까 생각도 해 보지만 낮에 힘든 밭일을 해서 곤히 잠든 엄마를 깨우는 일은 미안했다. 그래서 언니를 깨워 변소에 함께 가곤 했다.

응가를 하는 아이와 밖에서 기다려주는 언니가 서로 주고받는 말이 이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달밤에 핀 달맞이꽃처럼 정다운 자매의 모습이 절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응' 하는 언니의 대답에 마음이 놓여 편히 응가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선히 떠오른다. 어디선가 '안 갈게 걱정 마' 하는 언니의 정다운 말이 들리는 것 같다. 이 동시를 읽으면 언니가 달맞이꽃처럼 지켜봐 주던 달밤의 추억이 문득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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