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원에 와서/백이운
하얀 등 너울거리며 길을 열어 놓았다
수묵화 번져가듯 스러져간 생애들이
그렇게 갖고 싶었던 고요의 집 한 채.
혼자 죽은 어느 이름도 가볍지가 않구나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꿈결처럼 되뇌며
마지막 온 힘을 다해 써내려간 정자체.
비로소 떠오른다 그 눈물빛 사랑의 힘
바람의 허리를 타고 건너오는 이를 위해
지상은 아껴두었던 푸른 등을 내어건다.
―백이운(1955~ )
숨쉬기조차 힘들던 여름이 가고 있다. 그 사이 세상을 내려놓은 이가 많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건너간 것이다. 그냥 사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지친다. 올여름은 특히 더 지쳐서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게 낫겠다고 중얼거린 이가 많았을 법하다. 생전의 어머니가 너무 고통스러우면 뇌곤 했다. 이제 그만, 가고 싶다고….
그렇게 드는 길 끝에는 '고요의 집 한 채'가 있다. 모두가 귀한 존재였음을 상기시키듯, 지상은 '아껴두었던 푸른 등을 내어' 걸고―. 그래서 마지막 글씨는 정자체로 더 경건하게 쓰나 보다. 여름의 끝자락에 서서 '바람의 허리를 타고 건너오는 이를 위해' 켜놓은 푸른 등을 생각한다. 모든 존재는 언젠가 돌아가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