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
잠자리
고추잠자리
마당을
빙빙 잘 도네
댑싸리
비를 들고서
새빨간
뒤를 쫓으면
용닥꿍
약을 올리며
봉남이
맴을 돌리네
―김구연(1942~ )
- 김현지
리들도 푸른 하늘을 난다. 하늘빛 잠자리채를 들고 잠자리를 쫓아 맴을 도는 아이들도 눈에 띈다. 잠자리를 잡았다가 다시 하늘로 날려 보내는 아이들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날아가는 잠자리 따라 하늘은 더욱 높아지고 푸르러질 것이다. 그리고 잠자리 날개 빛깔의 투명한 가을이 오리라.
이 동시를 읽으면 마음속에 벌써 가을이 온 느낌이다. 어디선가 아이들이 '잠자리 꽁꽁 앉은 자리 앉아라 멀리 가면 죽는다'라고 부르는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추를 널어 말리고 샐비어 빨갛게 핀 마당에서 고추잠자리를 따라 맴을 도는 아이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고추잠자리가 친구처럼 "날 잡아 보렴 용용" 하고 약을 올리며 맴을 돌리는 동심의 풍경이 한없이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하다. 다가오는 가을엔 나도 고추잠자리 따라 맴을 돌며 고추잠자리처럼 빨갛게 물들어 가고 싶다. 동심으로 돌아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