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庭
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減해간다. 食口야封한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鍼처럼月光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壽命을헐어서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여달렸다. 門을열려고안열리는門을열려고.
―이상(1910~1937)
- 유재일
띄어쓰기도 되어 있지 않아 얼핏 불친절한 듯한 시(詩)지만 읽을 때마다 나는 애잔한 마음으로 눈물이 괼 지경이다. 집안으로 들어설 수 없는 이 영혼을 보라. 이승과 저승의 언저리를 헤매는 영혼이다. '문을 아무리 잡아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은 안에 생활이 모자란 까닭'이라는 슬프고 정직하고 정확한 진단 아래 아름다운 독백과 서정이 번갈아 펼쳐진다. 혼(魂)만 남은, 이승의 생(生)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자의 제 이름자 적힌 문패 앞에서 곤경의 풍경은 통곡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하다. '수명을 헐어'서라도 할 만했던 그 문학의 시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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