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연리지(連理枝) / 황봉학

시인 최주식 2012. 10. 28. 00:33

연리지(連理枝) / 황봉학

손 한번 맞닿은 죄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여 
송두리째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걸었습니다 
이제 떼어놓으려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당신과 나는 
한 뿌리 한 줄기 한 잎사귀로 숨을 쉬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단지 입술 한번 맞닿은 죄로 
나의 가슴 전부를 당신으로 채워버려 
당신 아닌 그 무엇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몸도 마음도 당신과 하나가 되어
당신에게만 나의 마음을 주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이 몸 당신에게 주어버린 죄로 
이제 한 몸뚱어리가 되어 
당신에게서 피를 받고 
나 또한 당신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어느 한 몸 죽더라도 
그 고통 함께 느끼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이 세상 따로 태어나 
그 인연 어디에서 왔기에 
두 몸이 함께 만나 한 몸이 되었을까요 
이 몸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 하렵니다 
당신의 체온으로 이 몸 살아간다 하렵니다 
당신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이 행복 
진정 아름답다 하렵니다. 


*연리지(連理枝): 두 나뭇가지가 맞닿아서 같이 살아감,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으로 부부 또는 연인을 비유하는 말. 


-시집 『눈 시리도록 보고픈 사람』(중외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