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성명진
성묘를 간다
가시나무 많은 산을
꽃 차림 하고 줄지어 오르고 있다
맨 앞엔 할아버지가
그 뒤엔 아버지가 가며
굵은 가시나무 가지라면 젖혀 주고
잔가지라면 부러뜨려 주고……
어린 자손들은 마음 놓고
산열매도 따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고
그렇게 정이 흐른다
산 위에 동그랗게 꽃 줄을 내는 일가족
오늘밤엔 꼭 요 모양인
달이 뜨겠다
―성명진(1966~ )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나면 어른들을 앞세우고 추석 빔을 곱게 차려입고 성묘를 갔다. 산열매도 따서 먹고 조상님들 이야기도 들으며 성묘를 가면 도란도란 정(情)이 흘렀다. 그런 밤에 산 위에는 동그랗게 꽃 줄을 내며 가던 가족 모양의 달이 떠올랐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모든 근심을 다 띄워 보내던, 그리고 보름달처럼 둥근 원을 그리며 흥겹게 강강술래를 하던 추석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는 일이 한가위만 같으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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