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신형건
네가 소리쳐 부르면
난 우뚝 산으로 설래.
네 목소린 내 마음속에
깊이깊이 울려 퍼지겠지.
그걸 메아리로 돌려보낼래.
―너를 좋아해!
―너를 좋아해!
―정말이야!
―정말이야!
그러다 가끔 넌 장난도 치겠지.
―널 미워해!
그럼 난 움찔 놀랄 거야.
하지만 난 흉내쟁이가 아냐.
얼른 또 다른 메아리를 만들래.
―그래도 난 널 좋아해!
―신형건(1965~ )
네가 소리쳐 부르면 우뚝 산으로 서서 네 목소리를 메아리로 돌려보내겠다는 생각이 참 아름답다. 산을 향해 '너를 좋아해!' 소리치면 메아리도 똑같이 '너를 좋아해!' 하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런 메아리도 가끔 장난을 친다. 친한 사이라도 가끔 얄궂은 장난이 끼어들 듯. 그러나 '널 미워해!' 하고 말해도 '그래도 난 널 좋아해!' 하고 대답해 줄 테다. 얼른 또 다른 메아리를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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