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큰길로 가다가
작은길로 접어들면
숨막히는 좁은 골목에
숨이 막히는 집이 있습니다.
높은 집이 가로막혀
납작 눌려 코가 눌린
코납작이 동네에
코납작이 집이 있습니다
그래도 못 찾으시겠으면
쫄망쫄망 조롱박 형제가 많아서
늘 엄마 목소리가 큰 집만 물으시면
거기가 우리 집이죠.
―박남수(1918~1994)
이 동시를 읽으면 좁은 골목에 형제가 많아서 늘 시끌시끌하던 조그만 집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쿵쾅쿵쾅 뛰는 소리, 엄마가 큰 소리로 야단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저녁 늦게 엄마가 큰 소리로 '밥 먹어라' 부르는 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비록 못사는 집이지만 사랑이 있는 집이기에 얼마나 크고 당당했을까. 그러기에 아이는 골목길 코 납작한 집이지만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당당히 자기 집을 소개하는 것이다. 조롱박처럼 쫄망쫄망한 아이들을 키우려고 목소리가 커졌을 엄마의 사랑이 가득한 집처럼 큰 집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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