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집오리/권오훈

시인 최주식 2012. 11. 30. 22:49

집오리

우리 속에
날 왜 가둬





문 열어주면
넓은 세상 빨리 가자





연못에 뛰어들어선
어, 시원하다





―권오훈(1937~ )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집오리가 시끄럽게 꽥꽥거린다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우리 속에 왜 가두느냐고 항변하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면 넓은 세상에 빨리 가자고 갈갈거리며 연못으로 달려가는 줄도 몰랐다. 연못에 뛰어들어서는 마냥 좋아서 어, 어 하며 헤엄쳐 가는 줄도 몰랐다.

어디 집오리뿐이랴. 요즘 아이들이 집오리처럼 갇혀 지내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아이들은 집에 갇혀, 학원에 갇혀 하루 종일 지낸다. 그리고 그 좁은 세상이 전부인 줄만 알고 있다.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으로 가도록 문을 열어주자. 바깥세상은 아이들이 배워야 할 큰 학교다.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면서 아이들은 큰다. 아이들이 나를 왜 가두느냐고 왜, 왜, 왜 하고 자꾸만 묻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다.

'가슴으로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 아들/정약용  (0) 2012.11.30
물음/천양희  (0) 2012.11.30
첫 줄/심보선  (0) 2012.11.30
석류/조운  (0) 2012.11.30
말문/김요일  (0) 201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