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나의 노래/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시인 최주식 2012. 12. 23. 22:52

나의 노래/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나의 이 노래는 다정한 사랑의 팔처럼 내 아기여, 너의 주위를 음악으로 휘감을 것을.
나의 이 노래는 축복의 입맞춤처럼 너의 이마를 어루만질 것을.
네가 혼자 있을 때 그것은 네 옆에 앉아 네 귀에 속삭여주고 네가 뭇사람들 속에 끼여 있을 때 그것은 고고함으로 네 둘레를 울타리 쳐줄 것을.
나의 노래는 네 꿈에 한 쌍의 날개처럼 되어 너의 마음을 미지의 땅으로데려갈 것을.
어두운 밤이 너의 길에 덮였을 때 그것은 머리 위 믿음 깊은 별처럼 되어줄 것을.
나의 노래는 네 눈의 동자 속에 스며 있어 만상(萬象)의 가슴 속으로 네시선을 인도할 것을.
그리고 내 목소리가 죽음으로 침묵할 때 나의 노래는 살아 있는 네 가슴속에서 이야기할 것을.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

눈이 온 후 햇빛이 나면 처마 끝에서 눈 녹은 물이 떨어진다. 다시 날이 어두우면 낙수는 고드름으로 얼어붙는다. 그 끝으로 바람도 스치고 별들도 음악 소리를 내며 지나간다. 굴뚝새도 지나간다. 그것들의 화음(和音), 그것들의 조화로움이 다, 음악이다. 인류에게 말이 생기기 전에는 노래가 그것을 대신했을 것이다. 모두가 마음으로 살 때였으니까. 명령과 지시가 생기기 전 감응과 공감으로 살던 시절, 인간끼리가 아닌 만상(萬象)과 소통하며 살아야 하던 시절이었으니까. 자르고 뚫고 막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고 기다리던 시절이었으니까. 비석(碑石)이 아닌 노래로 남는 삶을 살고 싶다.

'가슴으로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러기의 詩 ―洛東江·12/이달희  (0) 2012.12.23
정말 괴롭다/유진한  (0) 2012.12.23
구공탄/박홍근  (0) 2012.12.23
이제는 자유?/황인숙  (0) 2012.12.23
그릇에 관한 명상/이지엽  (0) 201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