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저 아름다운
풍경 속에 들어가 숨어 있는 것들이.
학교 마당 플라타너스 가지 사이에
디딜방아 확 속에, 찬가게 마루 끝에 숨어서
짐짓 모른 체 외면하는 나를
빼꼼히 올려다보며 킬킬대고 웃는 것들이.
반들거리는 들쥐새끼처럼 눈을 빛내며
꼬리를 흔들고 귀를 쫑긋대는 것들이.
깡총 그림 속에서들 빠져나와
두려워서 층계로 도망쳐 내려오는
내 어깨와 가슴팍에 달라붙어
나를 모르겠느냐며 간질이고 꼬집는 것들이.
온통 골목과 길바닥에 널려 있는 것들이.
벽 틈과 창 뒤에 숨어 있는 것들이.
―신경림(1936~ )
'가슴으로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이봉춘 (0) | 2013.01.01 |
---|---|
세한(歲寒)의 저녁/권갑하 (0) | 2013.01.01 |
우연히 읊다 (0) | 2012.12.23 |
거지의 노래/김영석 (0) | 2012.12.23 |
별 편지/한명순 (0) | 2012.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