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꽃은
손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꽃은
발도 없다
그러나
산을 넘어
먼 곳까지 잘도 간다
―이봉춘(1941~ )
나는 장독대에 핀 꽃을 가장 좋아했다. 어머니는 장독대 둘레에 채송화·봉숭아·맨드라미·분꽃을 심었다. 서러울 때 찾아가면 어머니가 손에 들여주던 봉숭아 꽃물처럼 내 마음을 꽃빛으로 물들여주고 어루만져 주었다. 장독대에 핀 꽃들은 어머니 치마폭처럼 늘 아늑하고 포근했다.
꽃은 손이 없지만 장독대에 핀 꽃처럼 고운 빛깔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발도 없지만 아름다운 향기는 산을 넘어 먼 곳까지 잘도 간다.
우리도 모두 꽃을 닮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의 향기가 멀리까지 퍼져 나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 처음 뜨는 해가 어머니가 심어놓은 장독대의 꽃처럼 밝고 환하길 빈다.
'가슴으로 읽는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 주려고 따지 않은 감 하나 있다? (0) | 2013.01.01 |
---|---|
한 해가 간다/이익 (0) | 2013.01.01 |
세한(歲寒)의 저녁/권갑하 (0) | 2013.01.01 |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신경림 (0) | 2013.01.01 |
우연히 읊다 (0) | 2012.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