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행복 찾기-전석홍(1934~ )

시인 최주식 2014. 3. 1. 21:45

행복 찾기-전석홍(1934~ )

미처 몰랐었네
그것이 행복인 줄을
하루치 땀방울 흠뻑 쏟아내고
둥지 들어 도란도란 어둠을 사를 때
지금 발 디딘 여기 이 자리
하찮은 일상에서 흐뭇함을 느낄 때
이 순간이 행복인 것을
뜬구름 잡으려 헤매는 무리들
오늘도 빈 하늘만 찾아 떠도네
가진 것 크든 작든
자리 높든 낮든 아무 상관없는 일
행복은 언제나
이름표도 색깔도 없이
지금 나 있는 여기
이 순간을 나그네로 서성이고 있네

누가 뭐래도 행복은 우리네 삶의 최고 유일의 가치. 내 밖에 있어 누구든 쉽게 측량할 수 있는 객관적, 상대적 가치가 아니라 내 안에 있어 나만이 재고 가질 수 있는 주관적, 절대적 가치. 그런 만큼 행복을 둘러싼 말들이 동서고금 넘쳐나는데. 이 시만큼 자연스럽고 절실하게 행복이 뭔지 알려주는 말은 듣기 힘들었네. 한세상 잘 살아낸 팔순 시인이 찾아낸 행복. 아무리 낮고 하찮은 일상이라도 지금 발 디딘 여기에 나그네로 서성이고 있는 행복을 맞아들이기만 하면 내 행복이 된다는 것.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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