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촉- 나태주(1945~ )

시인 최주식 2014. 3. 1. 21:46

촉- 나태주(1945~ )

무심히 지나치는
골목길
두껍고 단단한
아스팔트 각질을 비집고
솟아오르는
새싹의 촉을 본다

얼랄라
저 여리고
부드러운 것이!
한 개의 촉 끝에
지구를 들어올리는
힘이 숨어 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것들이 풀리는가, 온몸이 으슬으슬하다. 또 봄 병을 앓는 것인가, 마음도 천 갈래 만 갈래 심란하다. 미세먼지에 시야가 가려 앞산 뒷산 분간 못할지라도 저 산하에도, 이 도심 아스팔트 아래에도 넘치는 봄기운에 감동해 이 몸과 마음이 앓는 것이 봄 병일 터. 새봄 새로 솟는 힘, 삼라만상 신생의 그 기운과 이물감 없이 어우러지는 감기(感氣)가 봄 병인 것을. 시인은 ‘얼랄라’라는 감동으로 그런 봄기운과 어우러지고 있네. 여리지만 지구를 들어올리는 저 봄 새싹의 한 촉 같은 게 바로 우리 사회와 시대의 시일 것을. 삶의 각질을 뚫고 피어오르는 시의 깊이와 무게, 존재의 위의(威儀)일 것을.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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