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오태환(1960~ )

시인 최주식 2014. 3. 1. 21:48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오태환(1960~ )

삐뚜로만 피었다가 지는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백금(白金)의 물소리와 청금(靑金)의 새소리가 맡기고 간 자리 연분홍의 떼가, 저렇게 세살장지 미닫이문에 여닫이창까지 옻칠경대 빼닫이서랍까지 죄다 열어젖혀버린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맨살로 삐뚜로만 삐뚜로만 저질러 놓고, 다시 소름같이 돋는 참 난처한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발바닥에서 겨드랑이까지 해끗한 달빛도 사늘한 그늘도 없는데, 맨몸으로 숭어리째 저질러놓고 호미걸이로 한사코 벼랑처럼 뛰어내리는 애먼 그리움, 천지간의 우수리, 금니(金泥)도 다 삭은 연분홍 연분홍떼의

겨울과 봄의 우수리 계절 2월 끝머리. 곧 닥칠 춘삼월 꽃 천지를 먼저 읊어본다. 반만년 우리말 부족장 서정주 시인도 “거 참 부럽다!” 입맛 쩍쩍 다시며 벌떡 일어날 시이다. 복사꽃 벚꽃 만발한 천지간 실물보다 더 환하고 그리운 우리말들의 살가움이여, 시의 영광이여! 다시 한번 읊어보시라. 우리말에 그리움이 꽃물처럼 물들어오지 않으신가. 화사한 꽃철 맞으면 환장할, 어찌 해볼 수 없는 애먼 그리움이.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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