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6월의 나무에게/카프카

시인 최주식 2017. 7. 27. 09:48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