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차를 마셔요 우리/이해인

시인 최주식 2020. 3. 5. 11:31

차를 마셔요, 우리/이해인 수녀님

 

오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찻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마음에 끓어오르는

담백한 물빛 이야기를

큰소리로 고백하지 않아도

익어서 더욱 향기로운 사람이

될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오래 기뻐하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산을 닮은 어진 눈빛과

바다를 닮은 푸른 지혜로

치우침 없는 중용을 익히면서

언제나 은은한 미소를 지닐 수 있도록

함께 차를 마셔요,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 일들

혼자서 만들어내는 쓸쓸함

남이 만들어 내는 근심과 상처들을

단숨에 잊을 순 없어도

노여움을 품지 않을 수있는 용기를

배우며 함께 차를 마셔요

 

차를 마시는 것은

사랑을 마시는 것

기쁨을 마시는 것은

기다림을 마시는 것이라고

다시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 서로의 눈빛에서

확인하는 고마운 행복이여

 

조용히 차를 마시는 동안

세월은 강으로 흐르고

조금씩 욕심을 버려서

더욱 맑아진 우리의 가슴속에선

어느 날 혼을 흔드는

아름다운 피리 소리가 들려올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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