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사/김찬옥
고부 사이에 한 남자가 끼어있다
이 남자를 빼도 말은 되는데
둘 사이에 경첩이라도 되는 듯 남자가 꼭 낀다
어머니를 앞세우면 아내가 뒤로 밀리고
아내를 앞에 세우면 어머니가 뒤로 밀린다
어머니에 의한
어찌 보면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거처럼 보이나
이 남자로 인해 둘은 직접 의사소통이 불가하다
고부 사이의 길은
어쩌면 가장 가까울 수도 있는데
가장 먼 길로 돌아갈 때가 있다
통신 장애도 아닌데
또 다른 접속사가 붙거나 소통 불능이 될 때가 있다
한 남자를 나누어 가진 사이, 무엇보다 말랑하게 빚어야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열이 좀 바뀌거나 겹쳐지면 또 어떤가
가까이 서 봐야 서로의 온기도 직접 느낄 수가 있다
중간에서 끊기는 일도 없이 전달 또한 신속 정확하다
특히 여자와 여자 사이에 낀 접속사는 과감하게 뺄 때 더욱 간결하다
계간 『시인시대』2020년 봄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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