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유자효
의정부에서 열린 전국 시낭송 경연대회 경기도 예선
눈 먼 여인이 누런 개의 인도를 받으며 건물로 들어섰다
대회장의 밖에 개는 공손하게 앉았다
여인은 화장실로 가서 짊어지고 온 가방을 풀어 한복으로 갈아 입었다
여인의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몇 번을 맨발로 연습한 대회장 바닥의 감각을
맨발로 확인하며 단상에 올랐다
아무도 그녀가 눈이 먼 줄 몰랐다
여인은 창과 함께 시를 낭송했다
낭송은 다소 서툴렀지만 절절한 한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여인의 차례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동안
개는 눈을 끔벅이며 구석에 묵묵히 엎드려 있었다
누가 바라보면 개도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진 눈
어진 눈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치 어느 착한 사람이 개의 형상을 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듯했다
여인은 장려상을 타고
개는 다시 여인을 인도해 건널목을 건넜다
아무도 그 개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묵묵히 엎드려 있던 누런 등과
천천히 끔벅이던 어진 눈
이름 없는 무수한 성자 중의 하나가
개가 되어 여인을 인도하고 있었다
저 흔한 우리 누렁이 중의 하나가 되어
의정부에서 열린 전국 시낭송 경연대회 경기도 예선
눈 먼 여인이 누런 개의 인도를 받으며 건물로 들어섰다
대회장의 밖에 개는 공손하게 앉았다
여인은 화장실로 가서 짊어지고 온 가방을 풀어 한복으로 갈아 입었다
여인의 차례는 마지막이었다
몇 번을 맨발로 연습한 대회장 바닥의 감각을
맨발로 확인하며 단상에 올랐다
아무도 그녀가 눈이 먼 줄 몰랐다
여인은 창과 함께 시를 낭송했다
낭송은 다소 서툴렀지만 절절한 한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여인의 차례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동안
개는 눈을 끔벅이며 구석에 묵묵히 엎드려 있었다
누가 바라보면 개도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진 눈
어진 눈이었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마치 어느 착한 사람이 개의 형상을 하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듯했다
여인은 장려상을 타고
개는 다시 여인을 인도해 건널목을 건넜다
아무도 그 개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묵묵히 엎드려 있던 누런 등과
천천히 끔벅이던 어진 눈
이름 없는 무수한 성자 중의 하나가
개가 되어 여인을 인도하고 있었다
저 흔한 우리 누렁이 중의 하나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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