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시인 최주식 2021. 1. 16. 16:07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 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詩 낭송 > 낭송하기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리/황경신  (0) 2021.01.24
간격/이정하  (0) 2021.01.24
가훈/복효근  (0) 2021.01.15
나랑 함께 놀래/박노해  (0) 2021.01.12
나무1-지리산에서/신경림  (0) 202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