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숙 시인(다독다독 문학회) 등단
동대문구 다독다독 문학회에서 활동하는 박남숙님이 '격월간 서정문학 통권 제78호(2021년 3,4월호)'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응모 작품 중에서 「복대 속 보물」 「어느 봄날」 「추억 여행」을 신인문학상 작품으로 선정하였다며, 박남숙님의 시어들은 '때 묻지 않은 고운 색깔로 비쳐짐과 동시에 담담히 쏟아낸 시어들이 봄 햇살 같다'는 평을 하였다.
박남숙 시인은 등단소감에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솔직하게 써보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며 부지런히 배워 좋은 시인이 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격월간 서정문학'은 2007년 12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공식 등록되었다. 지난 15년간 통권 78호의 정기간행물(문학지)과 63권의 시집 등 150여권의 작품집을 발간하였으며, 550여명의 등단 작가를 배출하였다.
또한 김용택, 문정희, 안도현, 문태준 시인을 비롯한 유명 문인들과 함께하는 시창작 공부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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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대 속 보물/박남숙
부도로 모든 것을 잃고
모시고 살던 시어머니마저
형님네로 가셨다
갑작스런 헤어짐이 가져다 준
상처 때문일까
자주 아프시다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면
반가워서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
식구들 없고 두 사람 남으면
벌떡 일어나 자식들이 준
구깃구깃한 용돈을
복대 속에서 꺼내주며
빨리 가방에 넣어라고
방문 쪽을 힐끗거리던
어머니
허리도 안 아픈데
숨길 때가 없어
복대를 하셨다는 걸
어머니 돌아가시기 전에
알았다
허리가 아프다고
복대하신 어른을 보면
철없던 며느리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가슴에 흐르지 않는
강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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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박남숙
정신없이 바쁜 아침
모든 일 뒤로하고
달려간 작은 동네 정류장
버스는 이미 떠나고
햇살마저 발을 동동거리는 시간
속상해 하는 나의 손을
봄바람이 잡아주며
속삭인다
숨도 천천히
걸음도 천천히
생각도 천천히
아무리 바빠도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지름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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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여행/박남숙
억척스럽게 살다가
나를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난다
내 어린 시절
항상 넉넉지 않는 살림 속에서
우등상보다
개근상이 더 좋다던
아버지
항상 우리 삼남매
땀으로 키우시며
지칠 줄 모르던 기개
이젠 모진 세월
저 만치 멀어져 간
검버섯 핀 기억들이지만
마디마디 옹이 진
그리움들이
아버지란 이름 속에
포근히 녹아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