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별’ - 오세영(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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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조차 얼어붙은 겨울 어스름,
빈들엔
갈대 홀로 어두운 하늘을 향해
낡은 하모니카를 분다.
허수아비, 허수아비
마른 어깨너머 하나, 둘 돋아나는
초록별.
이룬 건 없는데 벌써 새 달력 부산히 오가는 계절. 겨울 어스름 녘 시인은 왜 빈 들에 나가는가. 철새들 떠난 얼어붙은 강 춥게 바라보는가. 제철 지난 낡은 갈대, 허수아비 되려 하는가. 허정(虛靜)하게 허허롭게 비운 마른 어깨 위 별 하나 둘 돋게 하려는가. 그래서 시인 아니던가. 이미 간 것과 아직 오지 않은 것 사이의 허공, 그 궁핍한 시간에 인간의 별로 뜨는 게 시 아니던가. <이경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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