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내 사랑은’ - 이향지(1942~ )

시인 최주식 2009. 12. 8. 23:12

내 사랑은’ - 이향지(1942~ )

 

 

내 사랑은 길고 깊은 골절의 와중

뼈 부러진 아내를 위해 우족을 씻고 있는 남자의 물 묻은 손등 위

뼈 부러진 아내를 위해 젖은 홍화씨를 볶고 있는 남자의 구부정한 어깨 위

뜨거운 솥 안에서 하염없이 휘둘리고 있는 나무주걱의 자루 끝


첫 행을 읽고 그 흔하고 흔한 아픈 사랑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다 읽고 나니 마음으로만 아파하고 또 아파한 내 사랑 지지리도 못난 사랑인 줄 알겠네요. 김장하느라 부르튼 허리와 손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주물러 줬는지 부끄럽네요. 얼마나 더 함께 살아내야 거추장스러운 치장 다 털어내고 이런 구체적이고 솔직하고 살가운 사랑의 경지에 이르려는지.

<이경철·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