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 이향지(1942~ )
| |
뼈 부러진 아내를 위해 우족을 씻고 있는 남자의 물 묻은 손등 위
뼈 부러진 아내를 위해 젖은 홍화씨를 볶고 있는 남자의 구부정한 어깨 위
뜨거운 솥 안에서 하염없이 휘둘리고 있는 나무주걱의 자루 끝
첫 행을 읽고 그 흔하고 흔한 아픈 사랑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다 읽고 나니 마음으로만 아파하고 또 아파한 내 사랑 지지리도 못난 사랑인 줄 알겠네요. 김장하느라 부르튼 허리와 손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주물러 줬는지 부끄럽네요. 얼마나 더 함께 살아내야 거추장스러운 치장 다 털어내고 이런 구체적이고 솔직하고 살가운 사랑의 경지에 이르려는지.
<이경철·문학평론가>
'詩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니다’의 주정(酒酊)” - 신동문(1927~1993) (0) | 2009.12.10 |
---|---|
초록별’ - 오세영(1942~ ) (0) | 2009.12.09 |
겨울비1’ - 박남준(1957~ ) (0) | 2009.12.07 |
무제’- 박재삼(1933~1997) (0) | 2009.12.06 |
그리움은 물질이다-아이작 뉴턴에게’ -허만하(1932∼) (0) | 2009.12.06 |